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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지식인'에게 살기 싫다는 하소연을 하고 자살방법을 묻기도 한다수도 없는 질문 중에 사는 것이 너무 괴로우니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제목을 클릭하고 답변을 봤다

'알보칠(항문질환에 사용하는 소독제)을 상처에 바르시면 살고 싶다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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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더라.

너 책 읽는구나책 내용이 뭐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인데죽음을 앞둔 노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야네가 죽음을 앞에 두었다고 상상해봐모리처럼그러면 넌 무엇을 할 것 같아?” 

죽기 전에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그러면 일단 돈을 왕창 써서 내가 누리지 못한 생활을 다 누려봐야지그러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내 친구들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현대사회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무의미한 것들에 세뇌 당했다고 느꼈다물론 나도 모리교수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내가 엉뚱한 것을 쫓으며 살아온 나를 크게 자각하지 못했다모리는 내가 가슴에서 우러나온 일을 하지 못하면서 살았음을 깨닫게 해주었다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소음에만 귀 기울이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람에 내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왜 우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잊는 것일까모리는 대답한다.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면서 반쯤 졸면서 살고 있으니까.’ 


아직 20대인 나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죽음은 너무나 아득해서 나에게 오지 않을 것만 같다그리고 나에게 있어 죽음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불행한 것이었다하지만 모리는 말해준다죽는 것은 슬퍼 할 거리일 뿐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진정 불행한 것은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물리적인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일을 하는 일사람들과 관계 맺는데서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주는 일 등등이제까지 반쯤 졸며’ 살다가 하고 싶고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죽음으로 가기엔 너무나 아쉬운 것이다

결국 진정한 죽음은 내가 나답게 살지 못할 때타자에 이끌려 사는 삶 안에 놓일 때이다내 삶에서 내가 주인이 되지 못할 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되는 것이다자신의 삶의 참의미를 알고 이를 향해 나를 개방해 놓을 때 삶의 순간순간마다 충만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죽어도 후회 없을 만큼.

  

#죽을 각오

내가 중학생이고 동생이 초등학생일 때였다동네 도서관에서 엄마께서 '자살토끼'라는 그림책을 빌려오셨다미묘하게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그 그림책을 보면서 동생과 얼마나 킬킬댔는지 모른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하고 표정으로 말하는 듯한 귀엽고 하얀 토끼가 자살을 시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그런데 그 자살방법이 기발하고 별나다토스터기에 들어가서 전원을 키거나 DVD재생기 사이또는 회전문 사이에 자신의 목을 들이밀고 머리가 잘라지길 기다린다심지어 농약을 맞고 자살하기 위해 꽃으로 변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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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께 왜 이 그림책을 빌려오셨냐고 물었더니 '그 때 솔직히 괜히 빌려온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실제로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이 책의 출판을 중지하자는 논쟁이 있었다.

섬뜩하지만 죽으려고 온갖 애를 쓰는 토끼들을 보면서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이 책은 토끼가 자살충동을 대신해 주는 의도에서 쓰였다고 한다돌아가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에 뛰어들고 과감하게 다리미를 자신의 몸 위에 올려놓는 '죽을 각오'를 한 토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이런 죽을 각오로 살아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죽는 것도 쉽지 않아 고군분투하는 토끼들을 보면서 오히려 생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이 토끼들처럼 판사가 법봉을 치기 직전 내 머리를 들이밀 각오라면 내 생에서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엔 이르다내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단정 짓기에도 너무나 섣부르다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그 활약이 빛나기 위해선 죽을 각오를 해야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각오에 그쳐야 할것이다.



다시, '죽고싶어요'에 대한 수많은 지식인의 답변 중에 채택된 답변이다. 우문현답이다.

"정신 바짝차리고 죽을 용기로 이 악물고 사세요. 그래도 님은 인터넷되는 컴퓨터는 있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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