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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9 09:50

[단편소설]신기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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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연구라는 게 그렇다. 바늘구멍안에 다시 바늘구멍을 뚫는 과정이다. 세분화된 어떤 분야를 공부한다는 뜻에서 바늘구멍의 바늘구멍이다. 해보고, 또 해보고, 아주 조금 변형해서 다시 해보고. 끊임없이 찔러본 끝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뜻에서 바늘구멍의 바늘구멍이기도 하다.


카이스트가 참 그렇다. 대전 쪽에서도 어찌 이렇게 구석에 있을 수 있을까. 갑천이 도심과 카이스트를 막고 있다. 공부만 하라고, 도심으로 나오지 말라고, '갑'질을 하는듯 한다. 또 학교는 우리에게 뭐 창조, 창의성, 창의력, 상상력, 크리에이티비티 등등 뭐든 발휘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끌어라고 독려하지만, 그 상상이라는게 참 어렵고 갑갑하다.(갑천때문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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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가 참 안풀릴 때 단편소설 한 편씩 중간 중간 읽는 편이다. ▲ 한 편 읽는데 30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데다가, ▲ 내가 하는 연구와 무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연애라든가, 여행이라든가, 북한 괴뢰군과 싸운다던가 등등 참 여기서 하기 힘든 일) ‘딴 짓’을 한다는 것에 쾌감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또 그 짧은 소설에 들어있는 내용이 참 ‘크리에이티브’해서 내가 꼭 요술사가 된 기분이다. ▲심지어 짧은 시간안에 간접적으로 강아지도 안아볼 수 있고, 요리도 할 수 있고, 벙커에 숨을 수도 있다.


웬만한 딴짓보다 에너지도 많이 안들고, 돈도 많이 안든다. 게다가 대리만족 까지. 좀 말해놓고 보니 홈쇼핑멘트같지만, 효율 높은 오락기구 중 이것만한게 없다.(폰 밧데리 닳을 일도 없다!) 


추천해주고 싶은 첫번째 단편소설집은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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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서 만날 수 있는 첫번째 단편소설의 제목은 ‘나쁜소설’이다. 이제까지 내가 본 소설의 모양새와 달랐다. 소설의 부제가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인데, 괜히 이 부제를 붙인게 아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자, 좋습니다. 이 소설은 저 위 부제처럼 누군가 누군가에게 직접 소리내어 읽어주도록 씌어진 소설입니다. 친구나 형제자매, 선후배 사이도 좋고요, 부부나 연인사이라면 더욱더 좋습니다. p9



작가가 말한데로 정말 부부나 연인사이라면 더 좋다. 친구한테 이 소설은 읽어주거나 듣게 되면 좀 뭐랄까 뒷부분에선 낯뜨거워 질 수 있다. 심지어 친절하게 소설을 읽는 법에 대해서도 안내해준다.


우선 두 사람만 있을 수 있는 장소로 들어갑니다. 소설을 읽어주는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좋겠죠. 집도 좋고 모텔도 좋고(그러니까 뭐 대충 이런식이죠. 오빠랑 여관 가서 소설이나 읽을까?), DVD방(방음 시설이 완벽한 곳이어야겠죠)도 상관없습니다. p10



당신은 누군가가 읽어주는 소설을 듣고 있는 것인데, 소설 밖에 화자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1)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혹은 들으면서) 소설 안에서 한 명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인공과 당신은 ‘합체’가 된다. 이제 소설 밖에서 소설을 읽어주는 화자에다가 소설 안에서 주인공을 맘대로 전지전능하게 움직이는 소설 속 화자 한 명이 더 추가 된 셈이다.(2) 



자, 그럼 이제 당신이 들고 있는 카메라 렌즈를, 저기 앉아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의 눈과 겹쳐지도록 해봅시다. 당신이 들고 있는 카메라가, 저기 앉아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의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p16




주인공이 된 당신은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은 심지어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나쁜소설’이다! 소설 밖에서 소설을 듣고 있는 나는 주인공으로 이입된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복사됐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가 된다.(3) 텍스트에 속박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소설 속에서 만난 여자에게 소설을 읽어주게 되는데, 그 소설의 제목 또한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나쁜소설’이다! 이런 뫼비우스같은 소설, 뒷 부분은 더 더 흥미진진하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살짝 스포를 하자면, 어쩜 이렇게, 야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야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 신기하다. 주인공의 욕망이 원래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느낌이다. 소설의 처음 시작은 나릇하고, 따뜻한 도서관의 2시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실제로 소설 앞부분은 최면요법에 관한 책을 참고했다고 한다.


소설집 안에서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 흙’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감탄했다. 5월이면 초등학교에서 늘 열렸던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 열심히 2050년을 상상하면 수채화를 그리는 느낌이 난다.



오늘의 요리는 누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이 되겠습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재료도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니, 바쁜 아침이나 아이들 간식용으로 아주 그만인 요리이죠. p47



주인공은 흙을 먹고 산다. 왜 흙을 먹게 되었을까? 흙으로 요리하는 방법을 뭘까? 이 소설가의 기행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요즘 유행하는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소설에서 읽게 되다니!  


소설집의 후반 단편소설들은 그의 자전적이야기가 있다. 앞의 두 편만큼은 재기발랄하진 않다. 그러나 우리사회를 조롱하고 연민하는 그의 글에선 부인할 수 없는 소설같은 더 소설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연구실에 있는 것이 지긋지긋할때 읽고나면 혼자 키득거리다가도, 서글픈 현실을 마주하다가도,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고, 소설같은 현실을 겪는 것이 또 하나의 나의 자양분이 됨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언제나 어떤 예감이나 전조 없이, 느닷없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때마다 늘 갈팡질팡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늘 갈팡질팡 헤매다가 겨우 간신히 그 우연들에서 벗어나곤 했다. 그것이 비록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도 많았지만, 글쎄다...... 시간이 지난 뒤, 그 갈팡질팡들을 내가 모두 들로 옮겼으니, 그래서 그 글들로 지금까지 밥벌이를 해왔으니, 그리 큰 손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p295


  • ?
    올드보이즈 2015.05.13 20:16 0/0
    뭔가 다른글 보다가 보니 새롭습니다ㅋㅋ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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