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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K] 무엇이 유망주 투수를 망가뜨리는가 : 버두치 효과

by 쿨럭 posted Jan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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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유망주 투수를 망가뜨리는가 : 버두치 효과


버두치0.JPG
이제는 전설 속의 그 이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유망주가 안타깝게 스러져 가는 것을 그들의 성공보다 훨씬 더 많이 지켜보았다. 초특급 유망주인 한기주는 12년 이후로 한번도 등판하지 못했고, ‘최소 김광현’이라던 성영훈은 5년째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두산 팬들의 토테미즘이 되었다. 이러한 혹사는 아마추어인 고등학교 시절에 일찌감치 시작된다. 변진수는 황금사자기에서 8강부터 결승까지 3일 연속으로 완투하며 무려 362개의 공을 던졌고, 전반기에만 84.2이닝을 소화했다 (같은 기간 프로에서조차 그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11명에 불과했다). 그의 충암고 1년 선배인 문성현은 고3때 국내대회에서 984개, 국제대회에서 179개로 총 1,163개를 던져 똑같은 논란을 거쳤다. 이런 논란은 최근에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작년에 삼성에 1차 지명을 받은 이수민은 역시 황금사자기 8강전에서 178개를 던졌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혹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의 칼럼니스트인 톰 버두치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이 전년도보다 30이닝을 초과해서 더 많이 던진다면 이 다음 시즌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김형준 칼럼의 내용으로 대체한다.

“2005-2006년에 30이닝 이상의 증가가 일어난 17명 중 16명이 이듬해 부상을 당했거나(10명) 성적 하락이 있었다는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이 17명 명단에 들었다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선수들은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아니발 산체스, 구스타포 샤신, 애덤 로웬, 스캇 매티어슨 등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유일한 선수는 저스틴 벌랜더였다. 버두치가 제시한 이 기준에는 이후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라는 명칭이 붙게 됐는데, 이후 2008년 이안 케네디(어깨 수술) 더스틴 맥고완(어깨 수술) 요바니 가야르도(무릎 수술) 파우스토 카모나(ERA 3.06→5.44) 톰 고르젤라니(3.88→6.66), 2009년 채드 빌링슬리(3.14→4.03) 마이크 펠프리(3.72→5.03) 콜 해멀스(3.09→4.32)등 이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들이 계속 추가됐다. (김형준 칼럼 중)”

이 주장 이후 유망주들의 30이닝 초과 소화 후 부상 혹은 부진을 버두치 효과, 그리고 이 목록은 버두치 리스트라고 이름 붙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은 거의 10년이 지난 KBO에서도 유효할까? 따라서 저자가 직접 노가다로 12~13년의 유망주 혹사와 14년의 성적을 비교해보았다. 본래 이닝 기준은 아마추어 시절이나 2군의 기록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나, 자료가 불충분하여(귀찮아서) 우선 1군의 자료만 활용했다. 아래 표는 12년과 13년의 이닝 차이가 30이닝을 초과한 만 25세 이하의 투수(즉 87년생 이하)들이다. 총 18명이며, 버두치 리스트에 들어갔던 투수는 다음과 같다 (IP = 이닝, dIP = 이닝 차이)


버두치1.png


예상과 달리(?) 작년에 특별히 큰 부상을 입은 투수는 없었고 모두 한번쯤은 1군 카메라에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이들 중 이정호는 1이닝, 조지훈은 0.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등 부진으로 사실상 나오지 못한 투수들도 존재한다. 아래 표는 이들을 제외한 16명 투수의 13년/14년의 성적을 비교한 것이다. 만 25세의 기준이 애매한 87, 88년생은 따로 표시해두었다. 다만 13년과 14년의 리그 방어율 차이가 워낙 심해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었다 (13년 리그 평균 4.32, 14년 5.21). 그래서 상대적인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ERA+, FIP+를 사용했다. ERA+는 리그 평균 ERA / 투수 ERA * 100이며, FIP+는 리그 평균 FIP / 투수 FIP * 100을 뜻한다 (사실 리그 평균 ERA와 평균 FIP는 같다. FIP의 상수를 ERA 평균으로 표준화하기 때문). 즉, ERA+(and FIP+)가 100을 기록하면 딱 리그 평균 수준의 투수이다. 100보다 크면 리그 이상, 작으면 조금 모자란 투수가 되는 것이다. dERA+와 dFIP+는 13년/14년의 차이이다. dFIP+ 기준으로 정리했다.


버두치2.png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87년생에는 버두치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백인식, 신정락, 차우찬의 성적으로 봐선 그렇지도 않았다. (양현종과 최금강을 제외하고) ERA+와 FIP+중 하나라도 10 이상 떨어진 투수가 무려 9명이었다. 이정호와 조지훈까지 고려하면 18명중 11명의 성적이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6명의 성적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양현종과 김광현은 12년 이전에 재활을 거쳤기 때문에 혹사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NC의 투수들인 노성호/최금강/이성민은 모두 12년의 1군 기록이 없는 투수인데, 이는 NC가 이 해에 2군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2군 기록을 생각하면 (12년 2군 노성호 75이닝, 최금강 47.2이닝 / 영남대 이성민 93.1이닝) 이닝 수가 크게 늘었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버두치 리스트에서 살아남은 투수는 한화의 이태양뿐인 것이다. 물론 단순히 30이닝을 초과해서 던진 것이 모든 근원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원인 제공은 한 셈이다.

투수는 기본적으로 부상 위험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들 중 70%가 투수이며, 투수 연봉의 1/3이 부상자들에게 지급된다. 더군다나 강속구 투수가 많아지며 재활이 최소 1년이 걸리는 토미 존 수술을 받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선수 생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엇보다도 적절한 투구 수와 이닝 관리를 통해 부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주는 것이 자금을 아끼는 일일 것이다. 과연 KBO에 투수의 부상을 방지하는 획기적인 방법론이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음은 올해의 버두치 리스트이다. 이들 중 얼마나 선방할 수 있을까?


버두치3r.png
공교롭게도 김광현과 양현종은 올해에도 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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