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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우리는 불펜투수의 오버페이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이 문제에 대해, 그냥 프런트와 현장의 무능력이나 과대평가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도 있다: 왜 불펜투수를 비싸게 주고 사올 수 밖에 없는가? 뒤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지만, 여기에서 내릴 결론은 ‘선발투수가 없어서’이다. 앞에서 긴 이닝을 막아줄 투수가 얼마 없다 보니 뒤에서 과부하가 걸리게 되며, 결국 1이닝이라도 제대로 막아줄 투수를 찾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10년간, 규정이닝을 달성한 투수 수와 팀별 평균 숫자를 나타낸 것이다.

(괄호 안이 팀별 평균 규정이닝 선발 수)
2005 15명/8팀 (1.9)
2006 26명 (3.3)
2007 20명 (2.5)
2008 17명 (2.1)
2009 16명 (2.0)
2010 15명 (1.9)
2011 16명 (2.0)
2012 22명 (2.8)
2013 25명/9팀 (2.8)
2014 23명 (2.6)

규정이닝 기준은 해당 팀의 경기수와 같다. 즉, 5일 턴을 하는 선발투수가 최소한으로 5경기 당 5이닝씩을 달성할 경우 규정이닝을 기록할 수 있다. 선발투수의 최소 요건인 셈이다. ‘선발 야구’의 최정점이었던 2006년 이후로 선발투수의 숫자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바닥을 찍던 선발 수는 2012년에 비로소 회복했는데, 이후 꾸준히 2007년을 상회하는 숫자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드디어 KBO의 선발투수들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갔을까? 물론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이 숫자를 채우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수들 덕분이다. 공교롭게도 2012년은 모든 팀이 외국인 투수를 2명 이상으로 채우기 시작한 해이다. 그렇다면 이를 외국인과 국내 투수로 나눠서 알아보자. 다음 표의 왼쪽은 외국인 투수의 숫자이며, 오른쪽은 국내 투수 수이다.

2005 4명 (0.5) 11명 (1.4)
2006 5명 (0.6) 21명 (2.6)
2007 6명 (0.8) 14명 (1.8)
2008 2명 (0.3) 15명 (1.9)
2009 3명 (0.4) 13명 (1.6)
2010 5명 (0.6) 10명 (1.3)
2011 6명 (0.8) 10명 (1.3)
2012 10명 (1.3) 12명 (1.5)
2013 13명 (1.4) 12명 (1.3)
2014 10명 (1.1) 13명 (1.4)

2006년 직후의 선발투수 자리는 거의 국내 투수의 몫이었다. 이제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이 해에는 류현진이 데뷔했고, 손민한-장원삼-배영수-문동환-한기주 등이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반면 2010년 이후로 국내 투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각 팀의 대표 선발투수는 기껏해야 두 명도 꼽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선발투수의 공급은 없고 각 팀의 선발 수요는 넘쳐나니 투수 값이 폭등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최정은 작년 강민호보다 15%를 더 받았지만, 장원준은 장원삼보다 무려 40%를 더 받았다. 투수들이 타자들보다 두 배 이상 기량이 향상되어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 이는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 상황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내년에도 수준급 선발 FA는 우규민뿐이며, 그나마 김진우나 채병용 정도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FA 값이 엄청나게 올랐으니 비싼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움직임이다. 외국인 투수가 성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 표는 지난 6년간 규정이닝을 채웠던 국내 투수들의 리스트이다 (가나다순). 노란색으로 칠해진 투수는 새로 이 리스트에 진입했던 신인급 투수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서재응이나 송승준은 해외 경험이 이미 있기 때문에 제외된다.

fa1.png

5년 동안 KBO는 9팀 모두를 합쳐서 선발투수를 15명 밖에 키워내지 못했다. 각 팀으로 따지면 1년에 1/3명 수준인 것이다. 그나마도 여러 이유로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투수들마저 발생한다. 유원상, 이용찬은 완전히 불펜으로 전환했으며, 안승민, 양훈, 고원준, 김혁민, 강윤구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xx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래저래 빠진 투수들 가운데 평균 이상이 기대되는 선발은 차우찬, 윤희상, 유희관, 우규민, 이재학, 이태양 정도에 불과하다. 5년 동안 6명 키워낸 것이다. 2008년 이후로 드래프트에서 투수만 47%를 뽑았음에도 말이다. 이제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발투수가 당신이 응원하는 팀에서 5~10년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실망하지 말도록 하자. 다들 그러고 있다.

과연 공급이 없는 FA 광풍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메이저리그의 FA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해결책을 논의해보도록 하자.

  • ?
    chiwoong88 2015.02.09 15:26 0/0
    규정이닝을 채운 신인급 선발투수에 한화선수가 많으나... 다들 부진이네요 ;ㅅ;
  • ?
    쿨럭 2015.02.10 13:10 0/0
    한화는 기존 투수가 없어서 무리해서 신인을 올린 탓도 있죠... ㅠㅠ
  • ?
    lack9002 2015.02.09 15:49 0/0

    개장수 ㅂㄷㅂㄷ

    김성현 ㅂㄷㅂㄷ

  • ?
    쿨럭 2015.02.10 13:10 0/0
    엘지 없이는 못 살아
  • ?
    minimimi 2015.02.09 21:46 0/0
    제가 평소에 가끔 하던 생각을 정말 잘 정리해 주셨네요! 말씀하신대로 선발이 막아주질 못하니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죠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가치가 크지 않은데도!). 그런면에서 전 예전 로이스터의 투수운용도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두드려 맞아도 웬만하면 선발을 중반까지는 끌고 갔으니. 물론 그건 꼴데 불펜이 엉망인 이유도 컸겠지만요
  • ?
    쿨럭 2015.02.10 13:14 0/0
    송승준-장원준-조정훈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버텨준 덕분이기도 하죠. 물론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꾸준히 올리다보니 잘해진건지 원래 잘했던건지... ㅋㅋㅋ 반대로는 김성근식 퀵 턴이 있겠네요. 스터프형 투수들을 모조리 때려박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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